추기경 시절 자신의 저서 번역한 폴란드 출신 미국인 학자와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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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년)가 생전에 미국인 유부녀 학자와 30년 넘게 서신을 주고받고 집을 방문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영국 BBC 방송이 15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BBC는 이날 저녁 BBC1 채널에서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비밀 편지'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요한 바오로 2세와 우정을 나눈 주인공은 폴란드 태생 미국인 여성 철학자인 안나-테레사 티미에니에츠카(1923∼2014년)다.

둘의 인연은 교황이 폴란드 크라쿠프의 카롤 보이티와 추기경이던 시절인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료 학자와 결혼해 세 아이를 둔 티미에니에츠카는 교황의 저서 '행동하는 사람'(Acting person)을 영어로 번역 출간하는 작업을 위해 폴란드로 건너갔다.

이후 4년 동안 두 사람은 서신 교환과 방문을 통해 공동 출간작업을 하며 개인적으로도 친밀한 사이가 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추기경 시절 티미에니에츠카를 스키나 캠핑 여행에 종종 초대했고, 1976년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뉴잉글랜드에 있는 티미에니에츠카의 집에 초대받아 머무르기도 했다.

BBC는 1973년 시작된 두 사람 사이의 서신 교환이 처음에는 공식적인 내용 위주였지만, 우정이 깊어갈수록 친밀한 내용으로 변해갔다고 전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74년 티미에니에츠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전에 받은 편지 4통이 "너무나 의미 있고 개인적으로 뜻깊은" 내용이어서 재차 읽었다고 적었고, 1976년 편지에서는 티미에니에츠카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또 자신이 어린 시절 첫 영생체 때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스캐풀라(작은 천조각에 성스러운 글귀나 그림을 그려 몸에 지니도록 한 성물)를 티미에니에츠카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79년 10월 편지에서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는 이미 지난해에 '나는 당신에게 속해 있다'는 말에 대한 답과 그 방법-스캐풀라-을 찾았습니다. 이것은 당신이 가까울 때나 멀리 있을 때, 모든 상황에서 내가 당신을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BBC는 이밖에 요한 바오로 2세가 티미에니에츠카와의 우정을 '신앙의 범주' 안에 두려고 애쓰고 강렬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등 편지 내용에 둘 사이에 '우정 이상'의 감정을 추측하게 하는 부분이 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관계는 요한 바오로 2세가 1978년 교황이 되고 2005년 선종할 때까지 30년 넘게 이어졌다. 티미에니에츠카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전날에도 그를 방문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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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30년간 우정 나눈 미국인 학자 티미에니에츠카
티미에니에츠카는 그러나 생전 인터뷰에서 요한 바오로 2세와의 친분에 대해 "애정 어린(mutually affectionate) 관계였다"고 말하면서도 "중년의 성직자와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겠느냐"며 우정의 선을 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티미에니에츠카의 절친한 지인들은 그가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해 이성적으로 끌렸던 것이 확실하다고 증언했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한편 바티칸은 요한 바오로 2세와 티미에니에츠카 사이에 오간 서신 및 BBC의 다큐멘터리 내용에 대해 "해당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 어떤 부정도 없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비밀연애 같은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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