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학생 동의 등 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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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흡연단속을 위해 교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검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7일 “지난해 인천지역의 한 고교에서 A 교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흡연이 의심되는 학생 B군의 소변을 받아 소변검사를 했는 데 이것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 내 흡연단속이나 금연지도의 경우 학생의 인권보호 측면은 마땅히 고려돼야 한다”며 “소변검사가 학교 내 질서유지를 위한 것이더라도 그 방법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앞서 B군은 지난해 흡연을 한 것으로 의심돼 교무실로 불려가 A 교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흡연예방 및 금연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는 소변검사가 학칙 제15조(소지품 검사)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흡연이 의심되는 학생이 부인할 경우 학생 동의를 얻어 시행하고 있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교사나 부모 몰래 흡연하는 학생을 지도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학칙이 학생들로 하여금 담배 등을 몰래 가지고 등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소지품 검사에 대한 규정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흡연단속을 위해 소변검사를 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연지도를 할 때도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을 피하고, 흡연검사는 사전에 학생의 동의를 얻어 공개된 장소에서의 소변검사보다 일산화탄소 측정기 사용 등을 권장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학생의 동의를 받아 소변검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교사와 학생이라는 지위로 비춰볼 때 순수하게 자발적 의사로 동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인권 보호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B군은 학교가 자신을 범죄자처럼 다룬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며 “학교는 교내 흡연단속을 위한 소변검사를 중지하고 인권친화적인 방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승재기자/be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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